주제: 태터 네트워크 재단에 관하여
일 주 정도 마음을 가다듬었으니, 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실은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짧게 보면 이제 3주일이 된 이야기이고, 시작은 3개월이 되어가는 이야기이고, 길게 보면 삼 년은 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내용이 뜬금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됩니다^^
태터앤프렌즈는 태터툴즈가 좋아서, 태터툴즈에 물을 주러 모인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왜 물을 주는가에 대한 이유는 모두 다르지만, 결국 태터툴즈에 대한 애정이나 발전을 위한 질책이 그 아래에 깔려 있습니다. 물을 주고 싹이 자라나는 것을 보는 것은 즐겁습니다. 그 위에서 무엇이 자라나게 될까요? 또는 무엇을 '심고' 싶나요? 이제 그에 관한 생각을 함께 해 보았으면 합니다. 처음부터 태터앤프렌즈의 약자는 TaF가 아니라 TnF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가운데 n에 물을 좀 주어보려고 합니다.
여기 들른 대부분의 사람들이 블로그를 씁니다. 왜 블로그를 쓰시나요? 모두가 그에 대한 각기 다른 답을 가지고 계실겁니다. 그 이유또한 아주 다양합니다. 그러면 왜 '태터툴즈'를 쓰시나요? 이렇게 질문하면 또 다양한 답들이 있을겁니다. 저는 그러한 '다양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양성의 종말은 웹이라는 생태계에 멸종을 가져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처음 웹을 만났을 때가 1996년 정도군요. 당시에는 엄청나게 느리긴 했지만 개개인 모두가 의미있는 존재였습니다. 황무지가 있고, 개간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채 십여년이 지나지 않아 웹에서는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술은 갈수록 고도화되고, 데이터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본의 힘 아래에 묶입니다. 개인은 거대 자본의 말단에 매달려 소비의 주체가 되고 있죠. 자신을 펼쳐내고 싶어도 이제는 기업을 통해서만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현실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 때가 지금 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고도화가 누구나 접근 가능한 웹을 만들어냈고, 중앙 집중식이 아닌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만들어 냅니다. 블로그가 그러한 하나의 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설치형 블로그는 거대 자본에 예속되지 않는 커뮤니케이터이죠.
다른 블로그 서비스나 블로그 툴들과 다른 태터툴즈의 특징이 있습니다. 본인이 자신의 정보와 데이터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태터툴즈를 이용한 서비스라면 언제든지 버튼 하나로 자신의 데이터를 통째로 옮겨다닐 수 있고, 서비스가 맘에 안들면 직접 블로그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획일성에서의 탈피를 언제든지 가능하게 만들어준다는 장점도 있겠군요. 이상적입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웹상에서의 데이터의 기록과 보관을 위한 이상적인 '공공재'입니다.
웹로그를 정의하려는 시도를 많이 봅니다. 지금은 웹로그가 저널이나 일기의 형태로만 사용되지만,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쉽게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찰흙과 같은 형태가 될 겁니다. 그 시대가 되었을 때 그러한 변화의 주도권이 각 개인에게 있지 않고 통제 아래서만 이루어진다면, 또는 단일 기업의 아래에서 진행된다면 비극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TnF의 방향은 태터툴즈를 도구로 삼아 웹의 변화를 가속화 하는 것입니다. 거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가능한 웹을 만들고, 모든 개인이 자신의 창조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또한 언제든지 그 소유권을 쉽게 행사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자본과 도구를 넘어 창조물이 창조자를 제외한 어느 것에도 종속되지 않는 세상을 목표로 하는 거죠. 모든 개인이 자신의 주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으며 그 사이의 모든 권리와 책임이 개인에게 귀속되는 세상을 추구하는 것을 추구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세상을 위한 공공재로 태터툴즈를 TNC와 함께 제공하고, 태터툴즈를 통하여 웹 세계 모두에서 본인 데이터의 소유와 이전이 용이하도록 바꾸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태터툴즈 데이터는 xml형식으로 백업이 되기 때문에, 다른 툴로부터의 이전이나 다른 툴로의 이전 또한 용이해져야 하겠지요. 태터툴즈가 하나의 기준이 되어 xml을 데이터 저장과 변환의 표준 추구를 위한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을겁니다.
이제 결론에 다 와 갑니다^^
보름 가까이 여러 TNC와 TnF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해 보았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팬덤 사이트나 커뮤니티를 넘어 조금더 명확한 외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 외연으로 제안한 것이 '태터 네트워크 재단Tatter Network Foundation' 입니다.
외연은 꼭 물리적이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철학과 목표는 존재해야 합니다. 사람은 물질이 없으면 굶고 말지만 철학이 없으면 동물이 됩니다. 이제 n에 물을 주어 N으로 키워서 그러한 철학과 목표를 확립해야 할 시점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래는 많은 분들과 함께 논의하고 대표로 제가 명문화하여 정리해본 내용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설립목적
태터 네트워크 재단 (Tatter Network Foundation, 이하 TNF) 은 다음과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설립되었다.1. 월드 와이드 웹(WWW) 이 사용자의 손에서 떠나 기업 논리에 의하여 이용되는 것을 막는다. WWW이 갖는 자유성과 민주성이 기업에 의하여 훼손되지 않도록 한다. 웹은 공공재이며, 그 이용에 대한 권리는 개개인 모두에게 귀속된다.
2. 개인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이 법적으로만 각 개인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저작대상물 자체의 물리적 소유권도 함께 갖도록 한다. 개인이 웹에 창작하여 올린 정보는 기업의 소유가 될 수 없다. 기업은 개인이 동의하에 정보를 공여하는 동안에만 그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자체의 소유권이 보장되며 원할 경우 언제든지 이를 삭제하거나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누구나 쉽게 권리를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여야 한다. 동시에 기업으로의 종속을 넘어 도구에의 종속에도 반대한다. 모든 데이터가 창조자를 제외한 어떤 도구에도 종속되지 않음을 목표로 한다.
3. 개인이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공정하게 피력할 수 있는 웹을 추구한다. 웹은 자유로워야 한다. 그 위에서 개인간에 일어나는 모든 권리와 책임 또한 해당하는 개인에게 귀속되어야 한다. 법이 아닌 사적 자본에 의하여 통제되지 않는 웹을 추구한다. 자본에 의하여 발언 기회가 훼손되거나 묻히지 않는 웹을 추구한다.
4. 독과점때문에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댓가를 줄인다. 모든 개인이 어떠한 영리/비영리 활동을 하고자 할 때, 실제 필요한 비용 이상을 독과점 기업에게 낭비하는 일이 없는 웹을 목표로 한다.역할
이를 위하여 TNF 는 다음과 같은 일을 한다.1. 태터앤 컴퍼니(Tatter and Company, 이하 TNC) 와 함께 공공재로서의 태터툴즈를 개발한다. 모든 개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으며, 데이터가 기업이나 도구에 종속되지 않는 환경을 만든다.
2. 태터툴즈를 활용하는 개인 및 기업의 활동을 지원한다. 독과점에 의하여 사회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줄인다. 사회, 언론, 정치, 경제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위하여 완전하게 열린 환경을 지향한다.
3. 태터툴즈의 보급을 위하여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이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모든 웹 상의 데이터가 상호 호환 및 변경 가능한 환경으로의 변화를 추구한다.
4. 이러한 활동을 실현하고 추진하기 위하여 수반되는 수익 및 기부 활동을 전개한다
우리 모두가 TNF의 일원으로 함께 걷게 됩니다.
이제야 막 생각을 시작하고 걷기를 시작하려는 단계입니다. 함께 많은 생각 나누어 봅시다.
-Ian Malcomm, from Michael Crichton's 'The Jurassic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