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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번역에 대한 잡상.

원문 : '주로 일한번역에 대한 잡상' (http://www.louice.net/145)

안녕하세요, 로컬라이즈를 얼떨결에 책임지게 된-_- 루이체입니다. 오늘 제가 루이체 스튜디오에 썼던 글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번역에 대한 간단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으니 좋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

안녕하세요, 여러분. 루이체 스튜디오입니다.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에 설 연휴는 잘 보내고 있으신지요.
저희 집은 본가라 아무데도 가지 않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귀향하여야 하는 분들을 위하여 3초간 묵념...-_-;


오늘은 번역에 대한 잡상을 잠깐 늘어놓을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진 번역에 대한 '기준'이기도 한 내용입니다.

일단 번역이라는 것은, 흔히 돌아다니는 말 중에 있듯이 '제 2의 창작'입니다. 외국어를 한국어로써 이해하기 쉽고 올바른 의미로 옮기는 일은 흔히 생각하듯이 사전만 끼고 있으면 되는 그런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외국어에도 문장에 쓰인 단어가 사전에만 있는 의미로만 해석되지 않을 경우도 있고, 그럴 경우에는 그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해당되는 한국어 단어를 선정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번역이라는 것은 번역물에는 번역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며, 번역자가 외국어를 이해하여 한국어로 풀어쓰는 과정에서 원문의 '직역'과는 다른 경우가 많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번역은 '제 2의 창작'입니다. 번역은 상대 외국어의 실력만이 아닌 모국어의 실력까지 요구하는 복잡한 작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아마추어 번역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어색한 한국어 문장이 발견되는 것과 그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은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제가 예로 들려고 하는 일한번역에 있어서는 오래 전부터 직역과 의역의 사용이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물론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본어 번역은 최근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영향으로 아마추어 번역자가 상당히 늘어났으며-물론 저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와 함께 잘못된 번역의 사례도 종종 발견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영어에 비해 일본어는 오역의 비율이 높고, 이 오역을 '의역'이라고 우기던 일부 사람들에 의해 직역체가 '미덕'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오히려 한국어 문장이 어색해지는 결과를 낳고있습니다. (일단 번역물에 대한 저작권 문제는 넘겨둡시다.)

외 국어를 한국어로 올바르게 옮겨 이해를 쉽게 도와야 할 번역물이 어색한 한국어 문장의 사용으로 인해 오히려 '번역된' 한국어를 다시 일본어로 옮겨서 이해하는 것이 더 빠를 지경이라면 뭔가 잘못된 것이겠지요. 한국어에서 사용되지 않는 관용구나 표현을 일본어의 한자 단어 그대로 옮겨써서 정작 번역된 한국어가 어색해집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오역'된 일본어를 '의역'이라고 우기던 사람들 때문에 직역된 어색한 한국어 문장을 선호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습니다. 이것은 번역자의 일본어 실력만이 아니라 모국어인 한국어 실력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우려스러운 결과입니다.


이전에 태터툴즈 팀에서 영문 로컬라이징을 하면서 '자투리'와 '조각보'(현재의 '센터'와 '센터 플러그인')를 번역하며 단어 의미 그대로 'Patchworks'와 'Quilt'로 번역하여 제가 클레임을 낸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유로는 태터툴즈가 생소한 외국인들에게 있어서 원문 단어의 사전적 의미대로 'Patchworks'와 'Quilt'로 번역하면 무슨 기능인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이해하기 쉬운 'Dashboard'와 'Widgets'로 번역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또 바뀌었을지도 모르죠(Center와 Center Plugins로).

작은 예시였지만 의미 중심의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흔히 말하는 '단어 중심의 번역(직역)'이 아닌 '의미 중심의 번역(의역)'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원문이 담은 의미를 한국어로 올바르기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수이며, 번역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이 의미 중심의 번역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아마추어 번역자라도 '빠른' 번역이 아닌 '정확한' 번역을 요구해야 합니다. 빠른 속도로 내는 번역물은 결코 실력을 상징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확한 번역이 실력을 상징합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아마추어 번역자들이 착각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결과를 '빨리' 내 놓으면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이지요. 하지만, 빨리 번역해서 정확하지 않은 의미와, 올바르지 않은 한국어 문법을 사용한 결과물이 나온다면 결코 그건 실력향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퇴보입니다.

번역에 있어 직역을 지양하고 의역을 중심으로 번역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번역자는 항상 원문 단어 하나의 의미에도 심각하게 고민해서 번역할 '올바른' 단어를 결정해야 하고, 절대로 사전만을 의지해서는 안됩니다. 사전에는 가장 많이 쓰이는 의미만이 실려있을 뿐, 원작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결코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번역을 하기 전에 원문을 천천히 읽어보고 의미를 파악한 다음, 올바르게 번역하는 것이 더욱 좋은 번역입니다. 만약 아마추어 번역자가 프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직역을 위주로 번역하는 자세는 반드시 버려야 할 나쁜 습관입니다.

제가 만드는 태터툴즈 일본어 로케일도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해 제작되고 있습니다. 일본어 로케일의 작업 속도는 다른 로케일에 비하여 느립니다. 그러나 일본어 로케일은 항상 정확한 표현을 위해 다른 툴과 프로그램을 참조하고, 인터넷을 검색하며, 사전을 뒤지고 공동번역자와 함께 의논합니다. 더욱 정확한 의미를 위해, 태터툴즈 팀에서 아무리 마감 압박으로 클레임을 걸어도 개의치 않습니다(...하지만 마감 넘겨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하하;).

아마추어 번역자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풍부한 인적 자원이 형성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아마추어 번역자들은 번역에 대한 생각을 올바르게 정립하고 번역을 해 주었으면 합니다. 소설도, 노래도, 만화도, 논문도 그 어떠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전적 의미에 치중하다가 이해를 쉽게 도와야 할 모국어 번역물이 오히려 이해를 하는 데 방해가 되게 된다면 이것은 결코 번역이 아니라 낙서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번역 수요자들은 '빠른 결과물'이 아닌 '정확한 결과물'을 번역자에게 원하셔야 합니다. 빠른 번역물에 대한 재촉은 오히려 부정확한 결과물을 낳게 되며, 이것은 수요자들에게 있어서도 결코 좋은 결과가 아닙니다.

아름답고 훌륭한 한국어를 올바르게 사용합시다.
비단 한국어를 쓸 때만이 아니라, 번역을 하면서 외국어를 한국어로 옮길 때에도요 smile

글에서는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를 위주로 말하고 있지만, 이는 태터툴즈 로컬라이징처럼 한국어를 외국어로 옮길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번역을 위해서라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고, 저는 그 당연한 생각을 바탕으로 로컬라이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번역에 있어서 특별한 철학같은 거창한 말은 필요 없습니다. 오직 내 글을, 내 작업물을 보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만으로도 모두 최고의 번역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항상 사용자를 생각하고 개발하는 프로그램이 최고가 될 수 있듯이, 번역도 읽는 사람을 생각하여 한다면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smile

사전에만 갇혀서 번역하는 닫힌 번역이 아닌, 단어 하나에도 그 의미를 고민하고 찾아보는 열린 자세의 번역이 필요합니다.
로컬라이즈 팀, 그리고 TnF의 모두들 마지막으로 가장 소중한 유저 여러분들 모두 힘냅시다 하하하.

Sanctus dominus illuminatio mea, Veritas lux domini.